『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는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피아노와의 달콤 쌉싸름한 동행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비교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여겨지는 시기에는 피아노 레슨에 기대 아닌 기대를 걸게 된다. 혹여나 우리 아이에게 잠재되어 있던 피아노 신동의 싹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부모뿐 아니라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에게도 건반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피아노와는 일절 관계없는 일상을 살아온 성인이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은 어떨까. 대개 성인기에 피아노에 재도전한다고 하면 취미 정도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부모 등 다른 사람에게 떠밀리듯 시작하는 것도, 재능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큰 희망을 품은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어른 이나가키 에미코의 피아노’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다.
실력은 그렇지 못한데 듣는 귀는 열려서 남의 연주 스타일을 그럴싸하게 따라 하다 먼저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굳어가는 머리 탓에 악보를 읽고 외우는 속도도 영 시원찮을뿐더러, 피아노 연습을 하다 손가락에 심각한 무리가 가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난관에 부딪혀 절망하기도 한다. 날로 낡아가는 몸을 가지고는 하고 싶은 일을 보통 수준으로 해내기도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른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것들도 분명히 있다고 말해준다. 호기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파고들기, 작은 성취를 통해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기, 현재에 충실하기.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값진 순간임을 체감하는 이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찌저찌 흘러가는 어른의 피아노는 삶이라는 장기전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는 듯하다. 성공도 실패도 없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의 작은 성장에 기뻐하고, 내가 만들어 낸 선율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 어른의 피아노는 값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