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밍기뉴'님의 서평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하시나요? 더욱이 아픔과 슬픔처럼, 모서리가 뾰족한 감정이라면 말입니다. 여기, 우리 삶에 급작스레 찾아오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작은 기쁨의 순간’을 솔직하게 그려낸 작가가 있습니다. 그가 전달하는 슬픔은 너무 섬세하고 애틋해서 외려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오래도록 매만지느라 그 모서리마저 뭉툭해진 기억들. 혼자 돌이키는 건 차마 겁이 났던 나날이 있다면, 오늘만은 작가 쩡찌의 손을 잡고 함께 만나보는 건 어떠실까요?
“그래도 오늘 하늘 멋졌지. 아직 하늘이 멋지다고 할 수 있는 여유가 나한테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래… 몇 개든, 이런 걸 꼭 가지고 있어야 해. 삶의 깨끗한 조약돌 같은 것들을.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해.”
_『땅콩일기』 중에서
『땅콩일기』는 2019년도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온 인스타그램툰 작가, 쩡찌의 그림 에세이다. 눈, 코, 입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땅콩’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난날의 풍경과 감정을 곱씹는다. 그 뒤로 종종 나타나는 ‘유령’과 그 밖의 과일로 묘사된 ‘친구’ 캐릭터들은 책장을 넘기고픈 매력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단순히 귀엽기만 한 그림일기로 보기에는 적잖이 아쉽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으니까.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체로는 차마 짐작하기 어려운, 작가만의 깊은 감수성이 담겼다는 게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삼켜내기에 버거운 순간이 있겠다. 혹은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너무 빠르게 스치고 가 손 쓸 틈도 없이 보내야만 했을 무수한 무언가들. 혹은 소화하기에도 벅차 차라리 눈을 감고 말아야 했을 무언가들.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관계일지도, 또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또는 그 모든 것의 총합일 수도 있다.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외로움. 사랑과 사랑하지 못함. ‘그래도’와 ‘그럼에도’가 연달아 붙는 우리 감정의 여러 갈래들. 작가는 다시금 그 응어리를 꺼내 우리 눈앞에 박제하는 데 성공한다. 몇 안 되는 선과 문장으로도 너끈히 말이다.
일차적으로는 한 개인의 회고록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 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세밀한 과정을 통해 엇비슷한 풍경을 지나쳐 온 우리에게도 그 뜻 모를 ‘찰나’에 붙일 이름표로 남는다. 그림 에세이의 탈을 쓴 시집이라 보는 편이 알맞겠다. 이토록 단순한 그림체에 이다지도 깊이 있는 성찰이라니. 단 한 번이라도 ‘나’의 안에서 길 잃어본 누군가라면, 그의 문장과 표현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많은 것을 사랑해서 너무 많이 아픈 사람 특유의 음울하고 반짝이는 감수성이 마음을 두드린다. “그래도 먹었고, 그래도 썼고, 그래도 그렸고, 그래도 사랑했다.” 말하는 작가의 진심을 따라가다 보면 군더더기 없는 우리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