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능적으로 낯선 것을 배척합니다. 우리와 다를수록 심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됩니다. 수용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도, 평화로울 수도 없다는 것을요. 전쟁과 학살, 약자를 향한 차별, 냉소와 조롱이 만연한 이 시대, 오늘은 문화의 경계에 놓여 비극으로 향한 사람들을 섬세하게 보도한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를 리뷰한 '프림'의 서평을 보내드립니다.
“여러 해 동안, 아니, 애초부터 나는 미국 정부에 우리에겐 라오스에서처럼 채소를 기르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큰 땅일 필요도 없고 살 수 있는 작은 땅이면 된다고 말입니다.”
_『리아의 나라』 중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아는 미국에 정착한 몽족 난민 아동으로, 뇌전증을 앓고 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몽족은 라오스 출신의 고산민족으로 베트남 전쟁 이후 1970-80년대에 난민이 되어 미국에 왔는데, 그들은 그들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강력하게 지키고자 했다. 이는 그들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리아에게 약을 먹이고 수술하려 했다. 그러나 무속이나 약초 치료와 같은 전통적인 치료법을 사용해오던 몽족에게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오히려 그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사용하며 미국의 과학이 얼마나 선진적인 것인지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은 리아의 가족들에게는 폭력이었다. 병실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짐승을 잡아 와서 의식을 치르는 몽족을 보는 의료인들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미국의 의료인들과 리아의 가족들 사이에는 통역사도, 문화 중개인도 없었다. 그래서 서로를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이들은 모두 리아를 살리려고 애썼다.
책의 저자인 앤 패디먼은 미국의 의료인들과 리아의 가족 사이에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기록하였다. 그의 섬세한 보도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며 개인의 이야기에서 문화 간 감수성의 논의로 확장된다. 미국인이 보기에 몽족은 그저 미국에 스며들지 않은 고집불통에 비문명화된 존재였지만, 전쟁과 (심지어 미국의) 배신을 겪고 뿔뿔이 흩어져 난민이 되기까지 계속 밀려나기만 했던 역사를 가진 몽족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 그들이 그들로 살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다. 현재 몽족이 비교적 자주 오는 한 메디컬 센터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행할 수 있는 의식 몇 가지를 명시한 방침을 마련했다. 미국의 의료인들과 몽족은 타협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지구촌이라는 말도 옛말인 2024년, 외국인 혐오자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 물론 그는 낙선했지만 그에게도 표를 던진 사람이 있다. 혐오를 하는 행위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지금, 혐오 세력이 줄어들기를 그리고 문화 간 감수성을 알고 누군가를 대하기를 바라며 『리아의 나라』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