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레터는 '편다' 네 번째 다이어리입니다. 8월의 주제는 '여름 나기'인데요. 끈적이고 지긋지긋한 이 여름을 여러분은 어떻게 견디시나요? 은행의 에어컨 바람,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 육수가 끝내주는 냉면... 이열치열로 삼계탕을 먹을 수도 있겠습니다. 담모음 구성원은 여름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요? 함께 들여다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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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올해 같은 더위에는 유난히 일상에서 소소하게 고통받는 부분이 많아집니다. 여름은 길고 커피가 끓는 시간도 어쩐지 느리게 느껴지죠. 매일 한 잔씩 커피를 내려 마시는 취미가 있는 저에게 여름의 커피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이스를 마시면 된다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은 집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오 분 만에도 벌써 피부가 끈적거리기 시작하거든요. 그럴 때면 구십오 도의 물이 끓는 주전자를 들고 커피 가루 위로 퍼지는 김을 쐬는 일이 하나도 기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커피는 마셔야 합니다(그것이 현대인이니까요). 별것 아니지만, 그래서 저는 여름이 되면 언제나 콜드브루를 찾아 마십니다. 유리컵에 얼음 가득, 진하게 농축된 콜드브루 50ml, 찬물 200ml면 일 분 만에도 완벽한 아이스커피 한 잔이 완성되죠.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일 필요도 없이 냉장고에서 콜드브루 농축액만 꺼내면 됩니다(와!). 여기에 준비된 디저트가 있다면 한 접시, 그리고 느긋하게 앉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면 그만큼 완벽한 집순이의 여름나기가 없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맛있는 콜드브루를 발견한다면, 그제야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고요. "나쁘지 않은 여름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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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저는 겨울보다는 여름을 좋아하는데요, 그럼에도 여름의 최대 단점을 딱 한 가지만 뽑아 보라고 하먼 바로 모기입니다. 잠귀가 밝은 저에게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는 한여름밤의 불청객이 따로 없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모기에 물릴 바에야 차라리 찜통 더위를 택할 정도로 모기를 싫어해서 항상 창문과 방 문을 꼭 닫고 더위 속에 잠을 청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침대가 럭셔리하게 업그레이드되어 있더군요. 화려한 모기장이 침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모기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창문을 열고 잘 수 있도록 한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창문과 문을 꼭 닫고 잠을 청합니다. 창문을 열고 자면 산바람에 시원하기는 하지만 매미 소리, 새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침대만 화려해진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모기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갖 벌레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가 있습니다. 저처럼 모기를 정말 정말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텐트형 모기장을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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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여름은 멀리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생각을 오래도록 해왔습니다. 무더운 날씨, 밤새 귓가를 날아다니는 모기,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 습한 공기... 무난하게 지나가는 다른 계절들에 비해 유독 존재감이 강한 하루하루잖아요. 게다가 압도적으로 길기까지 합니다! 8월에 태어났는데도 더위를 많이 타는 곱슬머리(중요)인 저는 언제나 여름을 두려워했지만 한편으로 여름의 소소한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좋으나 싫으나 1년에 몇 달씩은 꼭 돌아오는 계절이니까요. 그렇게 찾아낸 장점들을 여러분께 살짝 공유해 드립니다. 우선 여름 과일이 있죠. 수박, 복숭아, 포도, 자두 등등 이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시원하고 단 과일들이 혀끝을 즐겁게 해줍니다. 한바탕 땀을 흘린 뒤 하는 샤워도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고요. 무엇보다 여름이 좋아지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파란 하늘입니다. 깨끗하고 화창한 색으로 채워진 하늘에서 구름은 유독 선명해집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더위 속에서도 한참동안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게 해요. 어느새 사진첩은 파랗고 하얀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답니다. 9월이 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드디어 여름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지만, 일 년이 지나 계절이 돌아오는 때 저는 또 이 하늘을 보기 위해 기꺼이 문밖으로 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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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배 저희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주로 아이스 팩이나 큰 생수 통을 얼려뒀다가 수건으로 돌돌 감싸고 그걸 껴안고 선풍기 바람을 쐬는 편입니다.
그래도 공기가 후덥지근하고 축축해서 기운이 쏙 빠지는 건 어찌 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그럴 땐 그냥 가짜 여름을 생각합니다. 여름, 청춘이나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많이 비유되는 계절이죠. 여러 창작물 속에서 나오는 여름은 아름다운 모습이 참 많아요. 수박을 먹거나, 자두를 물거나, 계곡에 가거나,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듣거나… 저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만 남아 있는 “가짜 여름”으로 “진짜 여름”을 몰아내자. 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여름 작품은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비주얼 노벨 게임과 영화 <미드소마>입니다. 더위를 가짜 여름과 호러로 몰아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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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림 여름은 정말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 전 차라리 겨울이 더 좋아요. 눈이 부시다 못해 아린 것보다 두꺼운 패딩과 니트 사이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제가 여름을 나는 방법은 '집에서 초미풍 쐬기(...)'입니다. 아마 다른 많은 분들도 그럴 테죠?! 저는 저녁에 샤워하고 나서 선풍기에 머리를 말리며 넷플릭스를 뒤지며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한낮의 열기는 가시고 저녁의 선선한 기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샤워 후 개운한 상태로 자기 전에 인터넷하는 그 시간... 상상만 해도 좋네요. 매일 그 시간을 기다린답니다. 특히 금요일 밤을 기다립니다. 그다음 날은 마음 편히 늦잠 자고 일어나서 그냥 누워 있어도 아무 문제 없는 날이니까요! 밥도 먹지 않고 누워만 있다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봐요. 이 여름, 나 대신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살리고 죽이는 모습을 보며 아주 만족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풍기를 초미풍으로 틀어놓는 거예요. 미풍, 약풍, 강풍도 안 되고 에어컨 바람도 안 됩니다. 오로지 초미풍만이 적합한 바람인데요. 인위적이지 않고, 소리가 크지 않고, 오래 쐬어도 춥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초미풍을 쐬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며 이 여름을 극복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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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 혹시 아실까요? 계절마다 느껴지는 냄새가 다르다는 걸요. '계절 냄새'라고들 하죠. 봄마다 느껴지는 연한 새순 냄새나 물기 어린 여름의 녹음 냄새. 가을과 겨울로 넘어갈수록 맡아지는 오래 타고 남은 냄새 같은 것들.
개중에서 저는 여름밤의 냄새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나 비가 온 후의 여름밤 냄새는 제가 무엇보다 아끼는 계절 냄새예요. 베란다 앞에 서서 창문을 열면 코끝에 와닿는 싱그럽고 축축한 공기가 얼마나 싱그러운지. 얼굴을 내밀고 가만 눈 감으면 그날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여러분들이 기억하는 여름의 냄새는 무엇일까요? 무더운 계절임에도 이 소소한 즐거움 덕에 저는 올여름을 퍽 무사히 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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