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2018 한겨레문학상, 2021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3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서련 소설가의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를 다룬 '프림'님의 서평을 보내드립니다. 모든 이들의 어린 시절을 들춰보면 아마도 '마법소녀'가 한 조각은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동경의 대상으로, 이상형으로, 추억의 노래로. 다양한 콘셉트로 어린이, 나아가 어른까지 사로잡은 '마법소녀'. 여러분의 '마법소녀'는 누구인가요? 아름다운 그들과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은퇴를 선언한 마법소녀를 만나봅시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어느 날 마법소녀가 된 신용불량자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저 살기만 했을 뿐인데 빚이 늘어난 이 시대의 청년이다. 전염병으로 일자리마저 잃게 된 '나'는 죽을 결심을 하고 한강 다리 위에 선다. 그런데 웬 택시 하나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택시에서 내린 하얀 옷을 입은 천사 같은 여성이 '나'에게 하는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라니?! 마법소녀가 실재하는 것도 모자라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니. 전국의 마법소녀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멸망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예언의 마법소녀를 보내 시간의 마법소녀를 찾았고, 그건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내가’ 진짜 마법소녀가 되기 위해서는 마구가 필요하다. 무의식중에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어서일까? '나'에게 쥐어진 마구는 신용카드였다. 이런 해프닝을 뒤로하고 진짜 시간의 마법소녀가 등장하는데. 가정폭력 속에 성장한 그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더 나은 지구를 위해 인류멸망을 이루고자 한다. 그 순간, '나'는 소원을 빈다. 제발 그가 더 이상 시간의 마법소녀가 아니게 해달라고. 그러자 그는 마법을 잃게 되고 '나'는 자신이 대가를 치르는 마법소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법소녀는 언제부터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걸까? 그리고 언제부터 사라진 걸까? 작가는 어린 시절 추억 속 마법소녀를 불러와 독자의 마음에 익숙한 설렘을 선사한다. 주인공 '나'는 마법소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망해가는 세상 속에서 카드 빚에 시달리고 일자리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취업난에 대한 뉴스를 보는 듯 '나'의 지갑 사정과 구직 활동은 어린 시절 보았던 마법소녀와는 다르게 반짝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리던 마법소녀는 그냥 '나'였다. 평범하고 취약하며 늘 조급한 청춘. 그래도, '나'는 여전히 마법소녀이다. 여기서 독자는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다. 나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모두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세상을 구하려는 작정이 분명한 작가의 다정함은 독자 또한 마법소녀가 되기를 제안하며 위트와 약간의 힘을 전한다. 그렇다. 하루를 버틸 정도의 유머와 힘만 있다면 우린 계속해서 오늘을 맞이할 수 있다. 오늘을 맞다 보면 내일도 오지 않겠는가? 독자는 이렇게 소설 쓰는 마법소녀 덕분에 따스함을 느끼며 내일의 세상, 내일의 '나'를 구할 계획을 세운다.